프라하 오면 먹는 굴뚝 빵, 뜨르들로, 뜨르데르닉
프라하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 프라하 시내에서 뜨르들로, 한국에서는 굴뚝 빵으로 알려진 빵을 맛봅니다. 한국인들이 소위 굴뚝 빵이라 부르는 뜨르들로는 체코의 원통형으로 생긴 약 15cm 내외 길이의 빵으로 안이 비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모습이 굴뚝을 닮았다 하여 굴뚝 빵이라고 불립니다. 종류에 따라 겉에는 설탕, 계피, 견과류 등이 추가되고 안에는 초코, 잼, 아이스크림 등이 추가될 수 있으니 간단한 굴뚝 모양 덕분에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한 형태의 빵입니다. 특히 겉에는 다소 딱딱하고 안에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나 사실 프라하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굴뚝빵은 이미 너무 식어있어서 이러한 특징을 잘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프라하 중심가 시내 및 중요한 관광지 어느 곳이든 굴뚝 빵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를 수시로 볼 수 있으니 겉으로 보기에 굴뚝 빵-뜨르들로는 확실히 체코의 전통이거나 프라하의 보편적인 간식처럼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말로 출판된 체코 여행책자에도 보면 굴뚝 빵-뜨르들로를 체코의 전통 음식이나 국민 간식처럼 소개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블로거나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채널에서도 굴뚝 빵과 관련된 이 정보를 반복하여 사용하며 체코의 전통이라 소개합니다.
굴뚝 빵은 체코 빵 전통인가?
전통 음식 혹은 국민 간식이라는 용어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오랜만에 먼 길을 나서 타지를 여행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사람들의 문화와 음식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굴뚝 빵은 전통이라는 명칭 아래 프라하 관광지를 가득 채웠지만 그것이 정말 전통인지는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합니다. 체코학을 전공한 저로서는 뜨르들로에서 체코와 관련된 깊은 역사나 유래를 찾을 수 없고 그러한 자료로 찾을 수 없습니다. 뜨르들로를 직접 구입하고 그것을 즐기는 체코 원어민을 본 적이 없습니다. 체코의 일상적인 행사에서 체코인들은 한 번도 뜨르들로를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 체코인들은 굴뚝 빵 가판대를 윙윙대는 파리처럼 보고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면 아이들과 함께 광장에 나와 굴뚝 빵을 먹는 체코인 가족들을 한 번 본 적은 있으나 크리스마스 마켓은 체코의 가장 큰 명절 행사이자 축제이기에 그저 모두가 마켓에서 파는 여러 음식을 즐기는 차원에서 뜨르들로를 먹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뜨르들로를 소개하는 체코어 페이지에는 이 빵의 주 원산지는 헝가리이며 그 외에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슬로바키아 등에서도 먹었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또 뜨르들로가 비록 체코에서 유래하지는 않았으나 체코 일대에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는 기술하고 있습니다. 체코의 경우 체코의 동쪽 지역을 일컫는 모라비아 지방에서 자리 잡았던 빵 중 하나입니다. 이쯤 되면 전통이란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들게 됩니다. 특정한 음식 종류가 여러 국가를 아우르는 넓은 지역에서 소비되면서 그 지역 사람들이 문화와 역사를 공유했던 상황일 때, 그 특정 음식이 한 국가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서 타국에 의해 지칭되는 상황은 아무래도 자국민에게는 불쾌한 시선이지 않을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특히 체코 자국민은 전통이라 불리지 않는 대상을 관광객이 전통이라며 의미 부여 및 소비하는 상황에서 그저 내가 즐겁게 여행하면 됐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즐기면 되는 것일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체코 빵 쉽게 맛볼 수 있는 시내 빵집
하지만 사실 전통이든 아니든 본인에게 어떤 음식이 맛있으면 그만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소비하면서 상대 나라를 소비하는 것도 그 나라에 당장 직접적인 손해가 생기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체코 중심가에 자리 잡은 굴뚝 빵은 대체로 우크라이나인 혹은 러시아인들이 굴뚝 빵을 체코 전통 빵으로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에 저는 진짜 체코 빵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체코 전통 빵은 몇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보편적인 빵 중 하나는 꼴라츄 Koláč 입니다. 이 빵은 간식으로 혹은 시간이 없을 때 김밥처럼 식사 대용으로 즐기는 진짜 체코 국민 간식입니다. 기본적인 형태는 동그란 형태 위에 다양한 과일, 초코, 치즈 등이 올라가는 형태이나 때로는 소보로 빵 같은 동그란 형태가 아닌 피자처럼 커다란 모양으로 굽기도 합니다. 프라하 중앙 광장 인근에는 마침 아마도 작년부터 작고 괜찮은 꼴라츄 빵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프라하 관광 및 산책을 하다 보면 꼭 한 번쯤은 우연히 지나치게 되는 번화가에 위치한 빵집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꼴라츄와 커피를 판매하는데 내부는 아담하고 의자 및 테이블이 없어 주로 테이크 아웃으로 판매를 하는 곳입니다. 신기하게 생긴 굴뚝 빵을 먹는 것도 프라하 여행의 재미이지만 체코 빵 꼴라츄 Koláč를 종류 별로 맛보는 일도 진짜 체코를 여행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굴뚝 빵 말고 체코 빵
https://youtube.com/shorts/jOydlehEJFs?feature=share
*위치 : Kolacherie
*주소: Celetná 589/27, 110 00 Staré Mě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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